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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된 장물로 밝혀진 보물, 결국 지정 취소돼

뉴스앤포스트입력 2025-03-11 14:10
2016년에 보물로 지정된 ‘대명률’이 도난된 장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로, 문화재 관리와 지정 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형법전으로, 조선 시대 형법의 기초가 된 중요한 고서이다. 해당 판본은 1373년에 초간본을 수정하여 1389년에 명나라에서 간행된 것으로, 국내외에서 전해지는 유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고서는 2016년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던 A씨가 문화유산청에 보물로 지정 신청을 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A씨는 이 고서를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 주장했으며, 이에 따라 문화유산청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정된 지 4개월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2016년 11월, 경찰은 문화재 특별단속을 통해 A씨가 2012년에 장물을 취급하는 B씨에게 1500만 원을 주고 ‘대명률’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B씨에게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되면 추가로 1000만 원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보물로 지정된 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B씨는 경찰에 협조하여 이 고서가 도난된 장물임을 폭로했다. 경찰 수사는 이후 A씨의 문화유산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어졌고, 결국 2022년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확정했다.

 

‘대명률’은 원래 경북 경주에 위치한 육신당이라는 서당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 서당은 1878년에 설립되었으며, 1998년에 고서와 기타 유물 81건 235점이 사라졌다고 신고되었다. 이후 2011년에는 국가유산청에 도난 신고도 진행됐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보물로 지정하기 전 이 고서가 도난된 ‘대명률’인지 알지 못했다. 당시 고서가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책이라서 이를 다른 책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난신고 당시 고서의 사진이 제공되지 않았기에 비교 자료가 부족했던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정 당시 30일의 예고기간 동안 이의 제기도 없었다.

 

문화유산청은 법원의 판결 후 ‘대명률’의 지정 취소를 결정을 내리며,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지정이 취소된 첫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지정해제’와는 달리, 지정 취소는 아예 보물로 지정된 사실을 없던 일로 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법적 절차를 거쳐 다시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 지정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대법원 판결 후 원 소유자에게 반환하려 했으나, 소유자가 사망한 상태여서 적법한 상속자를 확인 중에 있다. 상속권자가 확인되면 고서는 해당 상속자에게 반환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문화유산 지정 과정에서의 검증 절차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대명률’은 2013년 12월 보물 지정 신청을 했고, 경북도문화유산위원회 심의와 3명 이상의 전문가 조사를 거친 후 보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서의 출처와 입수 경위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음이 드러났다. 서적의 경우 동일한 판본이 여러 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위를 더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화유산의 출처와 취득 경위는 학술적인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서책의 경우 같은 판본이 많아 검증이 어려운 점이 있지만, 문화유산의 출처와 취득 경위가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명률’의 보물 지정 취소는 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로, 앞으로 문화유산 지정 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건이 되었다. 문화재의 관리와 보호에는 신중함과 정확한 절차가 요구되며, 이번 사례는 이러한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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